유리지
유리지 작품세계
자연 풍경의 금속조형
(1980년대 중후반)
1987년 이후에 제작된 일련의 작품들은 금속이라는 재료의 성질을 활용하여 자연에 대한 정서를 담은 서정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어린 시절 죽변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작가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질서와 생명력이 반영된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인 풍경 조각들을 제작했다. <연못- 정적>(1989), <밤의 메아리>(1988), <노을 II>(1983) 등과 같은 작품들은 뻗어 나가는 선들로 생명력이 느껴지는 강렬한 동세가 느껴진다. 동시에 넓게 펼쳐진 타원형과, 물 흐르듯 매끈한 곡선 처리가 (물가의 갈대, 조약돌, 물고기 등의) 세부적인 형태들을 연결하며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파도의 곡선, 바람의 경사, 노을의 색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금속의 유연함과 강직함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작가의 손길에 따라 곡선과 직선의 형태가 맞물리며 독특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금속조각 또는 금속조형”이라고도 불리듯이 이 무렵 유리지는 공예와 조각의 본질을 질문하며 금속공예의 조형 가능성을 탐구해나갔다.
"나의 창문 한 부분을 자리하고 있는 모습들이 있다. 바람과 갈대, 조용히 흔들리는 호수, 달빛이 있는 저녁 나들이, 다시 바람이 일면 언덕에 올라 가만히 바람에 기대어본다. 바람을 맞던 고향 작은 마을 죽변보다도 작은 나의공간 한쪽을 터서 나는 창을 내기로 했다. 나래같은 나의 이 작은 창을 통해 나의 현실이 치유되고 확산되기를 빌어 본다. 흐르는 것은 모두 달그림자처럼 나의 창살에 걸리어 나의 현실이 되기를 빌어본다. 나의 작품에서, 자연의 물상들은 추상적 조형언어로 변형, 조합되어 타원의 형태 위에 자리잡게 된다. 타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상징적 형태로, 그들의 크기는 대개 손바닥만한 것과 팔 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나의 작품들은 대부분 개인적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타원은 어린 시절 혼자 자주 찾던 작은 터에서부터 따온 형태이다. 그 곳은 얕은 소나무 숲 속에 내 스스로 만든 장소이며,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깃든 곳이었다."
유리지, <연못-정적>, 1989
유리지, <밤의 메아리-1>, 1988
유리지, <호수산책-1>, 1989
유리지, <밀물>,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