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지
유리지 작품세계
조형적 정립기(1974-83)
유학 시기에 유리지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작품의 주제 선정과 그에 맞는 표현 기법 연구에 열중했다. 은, 청동, 데를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작품 주제로는 인체 형상에 주목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조각가 가스통 라세즈(Gaston Lachaise)의 인체 조각에서 보이는 거대한 규모와 볼륨감에 영향을 받은 유리지는 이때부터 볼륨감 넘치는 <팻폼> 시리즈를 제작했다고 한다. 타일러미술대학 대학원 과정 중에 마지막으로 만든 <홍차걸이>(1976)는 기능보다도 조각적인 형태의 조형에 주목한 첫 작품으로, 복잡한 기술 공정의 반복으로 완성되었다. 이와 같이 유학생활 동안 유리지는 금속 공예의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가로서의 자기 인식, 그리고 엄격한 태도를 공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귀국 후 유리지는 미국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번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특유의 곡선과 양감이 강조된 장신구, 은기, 작은 조각들을 선보였다. 특히, 유리지는 1980년대 초반에 가족과 향수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무렵에 제작된 <속삭임>(1981)과 <기시-회상>(1982)은 어머니를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이다. <속삭임>은 에칭으로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을 사진 틀 안에 새겨 넣었고, 맞물리는 반대편에는 갈매기가 나는 바닷가 풍경을 에칭하였다. 죽변 시절의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만든 이 작품은 고깃배를 타는 일을 하였던 아버지와, 그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보았을 바닷가의 풍경이 마주 겹치면서, 작가가 죽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던 옛 추억의 한 장면을 담아내고 있다. 이 시기 유리지는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 여럿 있다.
유리지, <팻폼I>, 1975
유리지, <속삭임>, 1981
유리지, <영>, 1974
유리지, <프로덕션링>, 1974